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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암흑 기사의 스트리밍 4권
갈드 게임 판타지 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1
Chapter 1
필요 없다 했으나 찬승의 보챔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들러 치료를 마친 유현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치료하는 동안, 소독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소독해도 여전히 느껴지지 않는 통증에 잠시 착각했던 것이라 결론지은 유현은 어떤 갈증 같은 것을 가지고 인피니티 사가에 접속했다.
어제 얻은 마지막 아이템, 샨투라스의 연구 자료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와 연관이 있는 물건일 수 있기에 일단 방송을 켜지 않은 채 드메록을 찾아 그것을 주고 질문을 던졌다.
알 수 없는 말들로 가득했기에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이건 룬어로군. 자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해. 마법사들만 사용하는 언어이니까. 내용은……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군. 암호 같은 글자와 수식이 섞여 있어 연구를 좀 해 봐야겠어.”
그리고 그것은 드메록도 알지 못했다.
룬어를 기본으로 하긴 하지만 무엇을 감추려는 것인지 암호 같은 글자와 수식이 섞여 당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들이면 결국 해석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을 보였기에 일단은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해석이 끝나면 연락 주세요.”
그 때문에 카루타는 일단 마탑을 빠져나왔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다시 불카누로 돌아와 방송을 켰고, 다음 악몽 사냥을 위한 채비를 했다.
남은 악몽은 셋.
하나 그들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미 샨투스를 상대하며 낭패할 뻔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공부를 한 것이다.
“일단은, 쿠쿨람부터 처리하죠.”
그중 가장 먼저 사냥하기로 결정한 놈은 [물러서지 않는 악몽 쿠쿨람]이라는 놈이었다.
이놈은 특이하게 골렘이었는데, ‘무너진 마법사의 거처’라는 곳을 지키며 그곳에 들어서는 모든 적을 말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설정상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그가 살던 터를 지키는 것이라든가?
이것만 생각하면 사실 악몽이라 불릴 것도 없는, 피해 가면 그만인 상대였으나 놈이 악몽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무너진 마법사의 거처가 하필이면 주요 사냥터 중 하나인 은둔의 숲에 있었고, 놈이 주인의 거처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꽤 넓은 범위에 들어서는 모든 존재를 말살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은둔의 숲에서 사냥하려던 많은 이들이 잘못 발을 들여 놈에게 공격받았고, 또 놈이 지키는 것이 ‘마법사의 거처’인 만큼 혹여 그가 남긴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도전했다가 몰살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골렘이다.
슬라임이나 리치처럼 ‘핵’을 파괴해야만 완전히 침묵시킬 수 있지만 카루타는 자신이 있었다.
파괴라면 자신의 전문이니까.
또한 듣자 하니 낮은 레벨 때문인지 움직임이 조금 단순하고 부자연스럽다는 말이 있었다.
그것을 커버하고도 남을 힘과 방어력이 있기에 악몽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데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상대할 수도 있을 듯싶지만 카루타는 기대했다.
다른 무엇도 아닌 골렘이었으니까.
자신의 병 때문에 어릴 적 스스로가 로봇 같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던 그였기에 살짝 기대와 설렘을 가진 것이다.
골렘과 로봇은 많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기가 아닌가?”
그러나 그런 마음을 품고 도착한 무너진 마법사의 거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부터 폐허였던 거처는 남아 있었지만 골렘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혹시 다른 침입자를 발견하고 쫓아가기라도 한 것일까?
잠시 기다려 봤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기다리다 못한 카루타가 주변을 돌아다니며 탐색했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설마 그사이 주인인 마법사가 돌아와서 데리고 가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될 만큼 녀석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일단 다른 놈부터 잡죠.”
최근 악몽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더니 더 먼 곳까지 간 것인지, 아니면 아예 활동 지역을 옮긴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기에 기다리고 찾아다니는 것까지 1시간 이상을 허비한 카루타는 입맛을 쩝 다시며 일단 자리를 떠났다.
다음 사냥감인 [하늘의 악몽 키샤르]를 향해 움직였다.
“비행 몬스터라니, 좀 귀찮을 것 같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나름 준비한 것도 있고요.”
키샤르는 이름 그대로 하늘을 나는 놈이었다.
괴조라고도 부를 수 있는 새 형태의 몬스터이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7대 악몽 중 가장 까다로운 놈이기도 했다.
날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법 영악해서 자신이 불리하다 싶으면 하늘로 날아가 내려오지 않거나, 도망쳐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공중에서 깃털을 날리거나 돌풍을 일으키고, 때로는 강하하여 부리로 쪼고 발톱으로 낚아채 떨어뜨리는 등 근접 계열에게는 끔찍한 짓들을 서슴없이 벌이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카루타라도 이건 잡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던 터였다.
투지의 포효가 있기는 하지만 놈에게는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레벨도 190대에 이르는 데다 잠깐 경직이 된다 해도 다시 날아 도망치면 그만이니, 강하하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한 번 시도해 보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카루타도 이미 알고 있었다.
정보를 취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름의 계획도 세워 둔 상태였다.
-어디 감?
-공부하고 온 거 맞음? 여기로 가는 거 아닌데;;
-30분 후) 이 산이 아닌가 벼~
-키샤르 잡으려면 거북 바위 협곡 위로 가야 댐!
-알고 있습니다 (하나도 모름)
-방장이 길치였나? 그동안은 어케 했누 ㅋㅋ
하나, 막상 카루타가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기자 채팅창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다.
통상 키샤르를 사냥하려면, 아니 마주치기라도 하려면 거북 바위 협곡의 정상에서 몬스터를 사냥한 뒤 그 사체를 놓아두고 유인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운빨이긴 했다.
마침 키샤르가 주변을 돌아가 발견하면 운 좋게 내려와 사체를 취하려 드는 것이고 운이 없으면 몇십 분이고, 몇 시간이고 접근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영악하기 짝이 없는 통에 사체를 낚아채려 내려오다가도 수상한 낌새나 움직임 따위를 감지하면 곧장 선회하여 날아올라 버리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놈을 사냥하기보다 마주치고 전투를 벌이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평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니 일단 빠르게 거북 바위 협곡으로 가 보기라도 해야 할 텐데, 카루타가 잡은 방향은 그쪽이 아니었다.
완전히 어긋난 정도는 아니지만 길을 잘못 들었는지 엉뚱한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아뇨. 제대로 가고 있습니다. 저기잖아요? 키샤르의 둥지가 있는 곳.”
하지만 카루타는 당당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생각하는 바를 밝히며 시청자들이 틀렸음을 외려 지적했다.
-?
-다섯 손가락 봉우리요?
-않이; 거기가 맞긴 한데 아니라니까요?
-아 거기서 사냥하는 거 아니라고!
-공부했다며 공부했다며 공부했다며!
그 말에 시청자들의 속이 터졌다.
맞는데, 아니었으니까.
카루타의 말처럼 키샤르의 둥지는 다섯 손가락 봉우리가 불리는 곳 중 한 곳에 있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곳이 오르라고 만든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하늘을 움켜쥐려는 듯 손가락을 오므려 뻗은 듯한 형상을 한 다섯 개의 봉우리는 그야말로 수직으로 솟아 있었는데 따로 올라갈 수 있는 길 따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사실상 위로 올라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길이 없어도 오를 방법은 있다.
암벽등반이란 것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설령 카루타라 할지라도 말이다.
단지 힘과 순발력, 균형감각 따위만 있다고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스태미나.
이건 시스템의 문제였다.
암벽을 타는 동안 스태미나가 지속적으로 소모되었고 그것이 다하면 근력과 집중력에 상관없이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어림짐작 같은 것이 아니라 암벽등반 취미를 가진 제법 여러 명의 플레이어들이 시도했고 실패하며 증명된 사항이었다.
개중에는 도구를 사용하는 시도도 있었다.
돈을 들여 대장간에 암벽등반용 후크와 쐐기, 로프 등을 주문하고 그것을 이용해 등반을 시도한 이들도 여럿 있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오를수록 바람이 거세졌으며 재수가 없으면 중간중간 키샤르나 다른 괴조의 습격을 받았으니까.
몸도 제대로 가누기 어렵고, 전투에도 스태미나가 소모되는 데다 비행형 몬스터를 절벽에 매달린 채 상대할 방법도 거의 없어서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걱정 마세요. 된다니까요?”
하나 시청자들이 그 모든 것을 알려 주었음에도 카루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주저 없이 암벽을 타기 시작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봐야 알지 ㅋㅋ
-아까운 로열로더 효과를 여기서 날려 먹네 ㄷㄷㄷ
-아씹 ㅋ 알겠는데 그 봉우리가 아니라고요 ㅋㅋㅋ
-이쯤 되면 그냥 즐기시게 냅둬
심지어 카루타가 오르기 시작한 봉우리는 키샤르의 둥지가 있는 곳도 아니었지만 채팅을 못 본 것인지 묵묵히 암벽을 오를 뿐이었다.
‘이걸 왜 못한다는 거지?’
아니다. 그건 카루타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모두 계획의 일부일 뿐이었다.
그 때문에 카루타는 오히려 시청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딱 보면 각이 나오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빠르게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예전 [암벽등반? 해 볼게요.] 콘텐츠를 진행하며 세계 랭킹 1위의 선수에게 배운 적 있었기에 그 움직임은 꽤나 빠르고 정교했다.
-존나 빠르긴 하네 날다람쥐인 줄;;
-저 정도면 거의 도마뱀 수준 아니냐? 원래 취미가 암벽등반이신가?
-스파×더맨인 줄 ㄷㄷㄷ
-나도 좀 배운 적 있는데 짜세가 나오는데? 일단 제대로 할 줄은 아는 듯. 도구는 왜 안 쓰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암벽등반 도구를 사용하는 법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그것을 제작하고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편이 더 재미있고 스릴 넘치니까!
또한 힘이든 집중력이든 자신이 있었다.
모두가 걱정하듯 스태미나의 소모는 분명 문제였지만, 그것도 방법이 있었다.
“여기서 잠깐 쉬어 가죠.”
스태미나창을 틈틈이 살피다가 약 10%가량까지 떨어졌을 때, 카루타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인벤토리에서 자신의 대검을 불러오기 위함이었다.
“파괴의 일격.”
콰앙!
그러고는 냅다 절벽을 후려쳤다.
그 충격으로 파편이 떨어지고, 잡고 있던 돌부리가 흔들거렸지만 예상했던 충격이기에 놓치지 않는다.
설혹 부서지더라도 옮겨 잡을 곳들을 미리 봐 둔 상태였기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