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세가 5
지은이 사류라
발행인 김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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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제1장 여인의 눈물
제2장 검천주
제3장 묵비암객
제4장 준비하다
제5장 담령, 거절하다
제6장 팔로수로군
제7장 용후회龍后會
제8장 왕악필 대장군
제9장 역천폭렬육혈광공逆天爆裂肉血狂功!
제10장 황제를 만나다
제1장 여인의 눈물
무림맹의 살수를 쫓는 담령은 그의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맹주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정말이구나.’
살수가 살행에 있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퇴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는 살수가 청부를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와는 상관없는 일이기도 했다.
퇴로만 확보해 놓으면 자신보다 더한 고수들이 쫓아와도 충분히 몸을 뺄 수가 있는 이들이 바로 살수였고, 그 역시 사도천으로 들어온 후에 이미 자신의 도주로를 파악한 상태였다.
그런데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담령을 따돌리기는커녕 점점 간격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담령을 너무도 모르고 있다.
그가 담령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무공이 강하다는 것뿐이었다.
담령은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는 오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도천으로 들어올 때, 이미 자신이 다닌 길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담령 역시 살수 훈련을 받았던 적이 있어 살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지지직!
담령의 손에 뇌전의 기운이 일렁였다.
그 기운은 곧 원형의 강기 구슬로 변했고, 담령은 앞에서 도망치는 살수를 향해 던졌다.
쉐이이이익!
파공성과 함께 빛과 같은 속도로 쇄도해 날아가는 뇌전의 강기였다.
“허엇!”
강맹한 양강의 기운이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것을 느낀 그는 몸을 비틀어 피했다.
아주 잠깐, 그가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는 순간 담령이 그에게 따라붙어 버린 것이었다.
살수는 담령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더 이상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두 손을 담령에게 뻗었다.
쉐이익!
가느다란 바늘이 그의 소매에서 무수하게 쏘아져 날아갔다.
너무도 가까이 있어 담령이 자신의 공격을 피해 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허엇!”
순간, 그는 너무도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운데 이형환위를 펼쳐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 느낀 그는 바닥을 굴러 그 자리를 피해 이동해 일어나면서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놓칠 것 같으냐!”
담령은 살수가 서 있던 자리에 나타나 도망치는 그를 보며 곧 뒤따랐다.
도망치던 살수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다시 담령을 향해 손을 휘두르자, 가느다란 바늘들이 담령에게 날아갔다.
파지지직!
담령의 손에 뇌전의 기운이 일렁이더니 손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바늘들을 쳐 내고는 다른 한 손으로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튕겼다.
파아아앗!
살수는 담령이 자신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는 것을 보고 몸을 비틀어 건물의 지붕 위로 내려앉았다.
곧이어 담령 역시 그가 내려선 지붕 위로 내려섰다.
“무림맹주가 하아를 죽이라 시켰나?”
살수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지금 담령의 모습은 ‘이미 알고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라’ 그리 말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의 떨리는 눈을 보고 담령의 입술이 양쪽 볼을 타고 올라갔다.
“무림맹에서 너의 지위는?”
살수는 눈을 찌푸렸다.
자신이 무림맹의 사람이라 단정하는 듯 말해서였다.
‘그따위 말장난으로 나의 입에서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치한 유도 질문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을 하고는 담령을 향해 검을 곧추세우고는 공격해 들어갔다.
담령의 신형이 어지럽게 움직이면서 그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려고 할 때, 그의 소매에서 바늘이 또 한 번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바닥을 구르며 담령에게서 떨어져 지붕을 박차고 신형을 허공으로 솟구쳐 올렸다.
건물의 지붕을 뛰어넘으며 달아나는 그를 보고 담령은 눈을 찌푸렸다.
도망치는 재주는 타고난 자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파앗!
담령은 다시 그의 신형을 따라 허공으로 솟구쳤다.
앞으로 손을 내밀자, 한 자루의 검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는데 빛보다 더 밝은 빛을 발했다.
“거기까지다.”
담령의 검이 움직였다.
손목만을 움직여 많은 변화를 주었는데, 검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새하얀 검강이 쏘아져 달아나는 살수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다.
‘도대체…….’
살수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담령에게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고 느끼고는 지붕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때, 한 여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입고 있는 옷으로 보아 기루의 기녀는 아닌 듯했다.
그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그녀를 향해 쏘아져 날아가 그녀의 뒤로 내려섰다.
“아악!”
그녀를 인질로 잡고 담령을 향해 외쳤다.
“멈춰!”
담령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더 이상 다가오면 이 여자는 죽는다.”
협박을 하는 모양새가 조금은 어색했지만, 담령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인질이 된 여자에게서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혜미와 많이 닮았는데…… 당가의 사람인가?’
담령은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도천의 사도혈맹지회라고 사도의 무인들만 오는 것은 아니었다.
정파와 흑도에서는 사도를 염탐하기 위해 많은 무인들을 첩자로 보내곤 했는데, 인질이 된 그녀가 당예미와 너무도 많이 닮았다.
“인질을 잡는다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곧 사도천의 무사들이 올 것이다.”
“상관없다. 물러나라! 네놈만 아니면 언제든지 몸을 뺄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후후! 착각하고 있군.”
담령의 말에 흠칫했다.
“그녀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지? 혁무린이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지 않은 모양이군.”
“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군인이라 적이라 판단이 되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적을 멸한다. 이미 네놈이 하아를 노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살수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렇지. 하아를 미끼로 네놈을 잡으려 한 것이다.”
“헛소리!”
아무리 자신이 서문하를 노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녀를 미끼로 쓸 생각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인질이 된 그녀는 두려운 눈으로 담령을 보고 있었다.
담령이 한 발 움직이자, 그녀의 목에 대고 있는 검에 의해 가느다란 혈선이 생겼다.
“움직이지 마라.”
그는 다시 담령에게 소리쳤다.
담령은 그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발 더 움직인 후에 멈추어 말했다.
“인질을 풀어 줘라.”
‘한 번의 움직임으로 놈을 제압한다.’
담령은 하나의 경신술을 떠올렸다.
뇌전신공 상의 경신술인 뇌전행!
단연컨대 무림의 그 어떤 경신술보다 빠르다 자부하고 있는 경신술이었다.
“물러나라. 이곳을 빠져나간 후에 풀어 준다.”
“나의 손을 벗어날 수 없음을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
말과 동시에 움직였다.
담령의 몸에서 빛이 번쩍인다는 생각과 동시에 살수의 혈도를 짚어 버리는 그였다.
살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담령보다 약하다고 인정을 하지만 그래도 절정 이상의 고수였다.
그런 그가 움직이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 제압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제까지 자신이 익혔던 무공에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담령은 인질이 된 그녀를 풀어 주며 물었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짝!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그녀가 담령의 뺨을 때려 버린 것이다.
그녀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보고 담령은 그녀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망울에 가늘게 몸을 떨고 있는 그녀는 담령을 향해 사납게 말했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그리 가볍게 여길 수가 있어요? 내가 당신과 아는 관계라면 그리 말을 할 수가 있었겠어요?”
그녀가 담령에게 따지고 들자, 담령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당신이 있는 것이 잘못이었다.”
담령의 말투가 바뀌었다.
애써 구해 주고, 뺨 맞고, 잔소리를 들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