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세가 4
지은이 사류라
발행인 김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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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제1장 수로채와의 전쟁
제2장 수로채와 화해
제3장 사도천의 초청장
제4장 무천의 두 장로
제5장 사도천
제6장 재인어사
제7장 사도혈맹지회
제8장 서유, 깨달음을 얻다
제9장 서문하의 무위
제1장 수로채와의 전쟁
서문세가의 세가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서문하를 비롯한 서문세가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식객으로 있는 대리명한과 그의 부인인 한이련, 그리고 하오문의 무영신투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
장강십팔수로채에 대한 보복을 결정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가주를 희롱했으니 보복은 당연하겠지만 화청을 하러 온 이들의 목을 날린 것은 조금 심하지 않는가?”
대리명한이 수로채의 사신들을 죽인 것을 두고 이야기했다.
나라 간의 전쟁에서도 사신을 죽이는 법은 그리 흔치 않다. 항복을 권하는 사신이면 모를까? 화해를 청해 오는 사신을 죽이는 일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담령은 그들의 목을 잘라 버린 후에 장강십팔수로채의 황건채로 보내 버렸다.
뒷일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장강십팔수로채와 서문세가의 전쟁뿐이었다.
“세가를 우습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주가 놈들에게 희롱을 당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중경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는 전쟁입니다. 알고 희롱을 했던, 모르고 희롱을 했던 그들의 잘못을 벌할 것입니다.”
담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서문하가 희롱을 당해서 그들을 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여자인 서문하가 수적들에게 희롱을 당했기에 벌하려 하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모르되, 장강십팔수로채 정도는 혼자서도 괴멸시켜 버릴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담령은 이번 기회에 서문세가의 힘을 무림에 확실하게 보여 줄 생각이었다.
“많은 사람이 다칠 걸세.”
대리명한은 어떻게 해서든 장강십팔수로채와의 전쟁을 막으려 했다.
“세가의 사람들을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전쟁을 치른 저와 동료들입니다. 무림의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무림은 서문세가를 두려워해야 할 것입니다.”
평우와 만평은 미소를 지었다.
저 자신감이 바로 맹호사사혈전군의 대장 담령의 진짜 모습이었다.
대리명한은 담령의 저 자신감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담령이 고수라는 것을 알지만 무림은 힘만으로 해결할 대상이 아니었다.
담령의 무공은 이미 자신이 확인을 했기에 무공으로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허나 무림에는 힘이 없어도 얼마든지 고수를 잡을 방법이 많다.
진법도 있고, 검진과 같은 합격술도 있다. 또한 기관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고수를 죽일 수 있는 방법들이 수없이 많은 곳이 바로 무림이었다.
대리명한이 걱정을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담령은 대리명한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완전히 모르니 당연히 그러한 걱정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전쟁은 저와 거산, 둘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세가를 지킬 것입니다. 혹여! 무림에서 이 일에 끼어든다면 그 역시 세가의 적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이보게, 그리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라 생각하네만…….”
“그건 대리가주님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우가 말했다.
“무림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수많은 전투를 경험했습니다. 그들 역시 진과 기관과 합격진으로 우리를 위협했지만 우리는 그들을 멸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맹호사사혈전군입니다.”
맹호사사혈전군의 자부심과 같았다.
거산과 서유, 그리고 난화는 선배들의 자신감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진짜 맹호사사혈전군의 모습인가?’
서유는 세 사람을 보고 느낄 수가 있었다. 저들과 함께라면 어떤 적이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혈랑성보다 강하다 할지라도 우리를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붉은 늑대들을 잡은 붉은 호랑이들입니다.”
담령의 말에 평우와 만평이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곧 알게 될 것입니다. 혈호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을 때 푸른 하늘은 핏빛 하늘로 바뀐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대리명한은 담령의 말을 듣고 그의 결심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하면 부러지네. 그리고 부러진 상처는 평생을 따라다닌다네.’
그의 결심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서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서문하를 보았다. 하지만 서문하 역시 자신의 바람을 외면했다.
“저 역시 오라버니의 뜻을 꺾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오라버니의 말씀을 굳게 믿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칠지라도 세가의 사람은 다치지 않을 것이란 오라버니의 말씀을 저는 믿습니다.”
한이련은 서문하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세가의 가주라면 지금과 같은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 없는 전쟁이라면 몰라도 가주가 수적들에게 희롱을 당했으면 응당 그에 대한 보복을 해야 했다.
“부인이 한번 말려 보시오.”
대리명한이 한이련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은 내가 그러한 일을 당했다면 이렇게 넘어갈 건가요?”
“그게 무슨 소리요. 씨를 말려 버려야……. 하아.”
대리명한은 말을 하다 한숨을 쉬었다.
이미 결론이 나 버렸다.
대리명한은 많은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일을 너무 크게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네. 분명 무림은 군대와 다르네. 은원이 명확한 곳이니 될 수 있으면 은원을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네.”
담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산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세가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 특히 난화는 아버님을 비롯해서 하아와 무공을 모르는 식솔들을 챙겨라.”
“옛!”
담령은 모두를 둘러보았다.
“오늘 이후 무림은 서문세가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혈호 출격!”
담령이 선창하자, 만평과 평우가 일어나 말했다.
“임전불패!”
“사망유희!”
다시 담령이 선창하자, 두 사람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혈호진천하!”
거산과 서유, 난화는 선배들의 모습이 괜히 멋있어 보였다.
방금 세 사람이 외친 것이 바로 혈호가 모습을 드러내면 푸른 하늘이 핏빛으로 바뀐다는 바로 맹호사사혈전군의 구호였다.
황건수로채가 서문세가의 가주인 서문하를 희롱한 것에 대한 보복을 결정하고 서문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장강의 끝 지역인 사천의 호주에는 중경과 사천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장강십팔수로채의 한 곳인 황건채의 본거지가 있었다.
수로를 장악한 뒤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이익을 토대로 그 지역의 장강을 완전히 장악함으로 해서 장강십팔수로채의 한 채주가 되었다.
그런 황건채의 본거지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퍽퍽퍽퍽!
“이 미친놈 새끼가…….”
총채주의 명령에 따라 그는 서문세가와 화해를 하기 위해서 사신을 보내었다.
그런데 사신들의 목이 모두 잘린 채 황건채로 돌아온 것이다.
황건채의 채주인 황건도부 염치악은 그들의 잘린 목을 보고 분노로 인해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세상에 화해를 청하기 위해서 간 사신을 죽이는 곳이 어디 있는가?
“이건 수로채 전체와 전쟁을 한다는 뜻입니다. 총채주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서문세가와 싸워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담령이라는 자가 아무리 강해도 이백 명이 넘는 우리를 상대할 순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서문세가를 쳐서 우리를 깔보는 무림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 줘야 합니다.”
황건채의 수적들은 화해를 거부했으니 이번 기회에 수로채의 힘을 보여 주어 무림에서 수로채를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의견들을 내었다.
염치악이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무림의 문파들이 서문세가의 일로 인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대세가를 비롯한 큰 문파들이 모두 장강십팔수로채를 쳐야 한다고 나서려 한다는 것이다.
“서문세가를 치고 잠시 숨어 지내면 됩니다. 길어도 두 달이면 됩니다. 곧 사도혈맹지회가 있고, 두 달 후면 흑천단합대회가 있습니다. 그때쯤이면 서문세가에 대한 관심은 사라질 것입니다.”
황건채의 이인자인 적구가 염치악에게 말했다.
“음…….”
과연 총채주인 장강신옹 귀수옹이 이를 묵인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잊힌다 해도 당분간은 많은 수로채들이 무림의 문파들에게 공격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가운데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는 수채들이 생길 것이다.
그 책임은 모두 자신이 져야 했다.
화가 나고 분해도 어떻게 결정을 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총채주에게 허락을 받겠다. 아이들을 전부 수채로 불러들여라.”
* * *
정보가 끊겨 사천으로 갔던 자하는 정보 조직이 잠적한 것을 보고 서 대인이 자신들에게 오는 정보를 일부러 차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잠시 알아보기 위해서 사천을 돌아다니다 서문하의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다.
“감히 대장의 여자를 희롱해!”
안 그래도 정보가 차단되어 짜증이 나는 참에 좋은 건수가 생긴 것이다.
사천에 있던 자하는 곧장 장강십팔수로채의 황건채가 있는 호주로 달려갔다.
호주의 사람들은 곧 서문세가와 황건채가 전쟁을 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는지 그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래, 어디 한번 제대로 놀아 보자. 혈호가 울부짖으면 왜, 푸른 하늘이 핏빛으로 변하는지 확실하게 가르쳐 주마.”
호주에 도착한 자하는 곧장 황건채로 향했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책을 세워 놓고 적의 침입에 대비해 경계를 서는 수적들이 보였다.
자하는 그들을 보자,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미소 짓는 그 모습이 마치 야차와도 같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자하는 황궁제일미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런 미인이 다가오니 경계를 서는 수적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음이었다.
자하가 일정 거리를 두고 경계를 서는 수적들에게 외쳤다.
“너희 대장 안에 있냐?”
경계를 서는 수적들은 눈을 깜빡였다.
천상의 선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미모를 가진 여자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란 생각에서였다.
“있냐?”
“누구십니까?”
“있어? 없어? 그것만 대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