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세가 2
지은이 사류라
발행인 김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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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제1장 식구가 늘다
제2장 변화
제3장 청사파 멸문
제4장 성장
제5장 서문세가의 복원
제6장 초청장
제7장 오해
제8장 혈천화
제9장 해검지 도난 사건
제10장 무림맹
제1장 식구가 늘다
흑호방의 부방주인 천석은 흑호방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방원들과 함께 서문세가로 향했다.
더 이상 청사파와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살기 위해서 서문세가로 가야 했다.
흑호방의 건달패들이 중경의 저잣거리로 나오니 상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또 한바탕 시끄러워질 것이라 여겼다.
저 멀리 서문세가가 보였다.
그토록 괴롭혔던 서문세가에 자신들이 몸을 의탁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흑호방의 건달패들은 기분이 묘했다.
천석이 서문세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저곳은 한때 명문 정파로 이름이 드높았던 서문세가다. 우리는 세가의 보호를 받는 순간 더 이상 뒷골목의 건달 짓은 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이들은 묵묵히 천석의 말을 들었다.
“나는 무식해서 잘 모르지만 사람은 각기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부방주님.”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방원들은 알 수 있었다.
“청사파는 너희들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굳이 떠나는 사람을 잡지는 않겠다.”
모두는 천석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이 모두를 대신해서 말했다.
“비록 건달이라고 하지만 저는 모두 가족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방주님과 부방주님과 함께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건달이라고, 쓰레기들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우리 모두는 방주님과 부방주님 때문에 배를 굶지 않았습니다. 방주님과 부방주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진작에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건달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들이 건달이 된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병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사람, 부모가 자신을 버려 고아가 된 사람!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배가 고파 만두를 훔치고, 배가 고파 다른 아이가 먹고 있는 당과를 빼앗고, 배가 고파 다른 집에 구걸을 하면서 자란 이들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수많은 뭇매를 맞아야 했고, 또 부모 없는 자식이라고 손가락질당해야 했다.
중경의 저잣거리에서는 만석, 천석을 죽일 놈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이들로 보면 생명의 은인이었다.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도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떠나란 말은 말아 주십시오.”
천석은 이들의 말을 들으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
비록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건달이라고 하나 그들의 세계에서도 나름대로의 의리가 있었다.
남을 밟지 못하면 내가 밟혀야 하는 그런 건달 세계에서 자신을 믿어 주는 이들이 있어 고마웠다.
허나!
무림과 건달패는 엄연히 다르다.
“저곳은 건달들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무림이라는 세계에 발을 딛는 것과 같은 것이다.”
천석은 서문세가로 들어가는 순간 건달이 아닌 무림인으로 살아갈 것이라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다 같은 것 아닙니까? 우리도 재수가 없으면 칼에 맞고 죽습니다. 무림이라고 별것 있겠습니까? 거산 님께서 무공도 가르쳐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입술 꼭 깨물고 견딜 것입니다.”
천석은 이들이 참 고마웠다.
“그래, 함께 가자.”
천석은 이들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차라리 함께 들어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 해 볼 생각이었다.
천석이 서문세가로 들어서자, 흑호방의 사람들이 모두 들어왔다.
서문세가의 뜰에는 담령과 서문하, 그리고 세가의 식구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천석이 서문하를 향해 허리를 숙이자, 흑호방의 방원들 역시 허리를 숙였다.
서문하는 담령에게서 대충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이들을 보니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곁에 있는 담령을 보더니 심호흡을 깊게 하고는 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세가에서 당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담령이 말하기보다는 가주인 서문하가 나서서 말하는 것이 모양새가 나서였다.
“세가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온 이들이었다.
“서문세가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곧 여러분들의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을 향해 말을 조금씩 하자 처음에 가졌던 두려움이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가주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세가의 사람으로 받아 주십시오.”
“받아 주십시오.”
천석이 선창을 하자, 뒤에 있는 이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문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흑호방의 사람들을 보다 담령을 보았다. 나머지는 담령이 알아서 하라는 그런 뜻이었다.
“몇 가지만 지켜 준다면 모두 받아들이겠다.”
이들이 고개를 들어 담령을 보았다.
“세가의 식구가 되는 순간 저잣거리에서 거두었던 세금은 걷지 못한다.”
흑호방의 사람들은 말없이 담령의 말을 들었다.
이제까지 그들을 괴롭힌 것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다른 건달패로부터 아무런 대가 없이 저잣거리의 상인들을 보호하는 일과 서문세가의 식구로서 그에 맞는 행동들을 이야기하며 흑호방의 사람들에게 지킬 것을 요구했다.
“그리할 것입니다.”
“대답을 쉽게 하지 마라. 차후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목을 벨 것이다.”
목을 벤다는 말에 흑호방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가졌다.
“이를 지키지 못할 사람은 떠나라.”
떠나라 말했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담령은 이들이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문세가는 무가다. 따라서 너희들은 무공을 배우게 될 것이다.”
무공을 배운다는 말에 이들의 감정이 드러났다.
“허나! 지금 너희들의 나이로 무공을 배운다는 것은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견디겠습니다.”
천석이 모두를 대표해서 말했다.
담령은 물끄러미 이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할 수 있나?”
“옛! 세가의 식구로 받아 주십시오.”
일제히 한 목소리로 외쳤다.
“세가의 식구가 된 것을 환영한다.”
담령의 말을 듣자,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거산과 서유!”
“옛!”
“오늘부터 이들에게 제대로 된 무공을 가르쳐라. 군부에서 키우는 맹호사사혈전군과 서문세가의 맹호사사혈전군을 비교할 것이다.”
거산과 서유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담령이 있는 곳이 곧 맹호사사혈전군이라고 했다.
군부의 맹호사사혈전군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였으니 확실하게 비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군부의 맹호사사혈전군의 수와 흑호방의 수가 같았다.
“옛! 감히 그들이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수련을 시키겠습니다.”
거산이 신이 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인사들 하라. 너희들의 무공 사부가 될 두 사람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후에 해산한다.”
담령은 흑호방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서문하와 세가의 사람들과 함께 뜰을 벗어났다.
세가의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루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늘어났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이 쉴 방을 청소하고, 이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고…… 몸이 여러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담령은 난화와 함께 서문하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문하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지만 걱정 마라.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다.”
담령은 서문하를 위로하고 난화를 보았다.
“넌 지금부터 아무도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라.”
난화는 담령을 보았다.
“사람이 늘었으니 계획을 조금 변경시켜야 할 것 같다. 난 개정대법으로 하아를 환골탈태시킬 것이다. 그 후 넌 하아에게 무공을 가르쳐라.”
서문하와 난화는 놀란 눈으로 담령을 보았다.
“오라버니, 저는…….”
서문하가 뭐라 말하려고 할 때, 담령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처음에는 너에게 무공보다는 정신력을 키우기를 원했지만 세가의 사람들이 늘어나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너는 많은 사람들을 대표해야 하는 입장이니 너 역시 무공을 배워 스스로 앞으로 나서서 움직여야 한다.”
서문하는 담령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난화야.”
“네!”
“지금 개정대법을 실행할 터이니 접근하는 자를 모두 막아라.”
팟팟팟!
담령의 손이 움직이자, 서문하는 깜짝 놀랐다.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오라버니!”
“지금부터는 입을 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순간 고통은 있겠지만 그 고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꼭 참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너와 내가 모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모두 죽는다는 말에 흠칫하는 서문하였다.
그런 그녀의 뒤로 돌아가 명문혈을 통해서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는 담령이었다.
담령의 진기가 들어오자 서문하는 흠칫했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진기가 다니는 길을 기억해라.
명문혈로 들어오는 진기가 더욱 커지자 서문하의 눈이 커졌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통이 밀려와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