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제101화. 강태공
제102화. 손 선생님(1)
제103화. 손 선생님(2)
제104화. 손 선생님(3)
제105화. 새로운 육체
제106화. 돌아오기만 하면 꼭 이렇더라
제107화. 컨셉(1)
제108화. 컨셉(2)
제109화. 마계 인천(1)
제110화. 마계 인천(2)
제111화. 마계 인천(3)
제112화. 마계 인천(4)
제113화. 마계 인천(5)
제114화. 마계 인천(6)
제115화. 새로운 계약
제116화. 천하정저신진철
제117화. 천하정저신진철(2)
제118화. 천하정저신진철(3)
제119화. 천하정저신진철(4)
제120화. 거인회장(1)
제121화. 거인회장(2)
제122화. 조각상 사냥
제123화. 신입(1)
제124화. 신입(2)
제125화. 신입(3)
신선은 공략한다
제101화. 강태공
푸쉬이이이.
좌우로 갈라진 방사성 심장이 기분 나쁜 가스를 방출하며 색이 검게 물들었다.
“윽!”
일그러진 기운들이 방사성 심장의 갈라진 부분으로 모이는 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분출했던 방사선들이 마치 시간을 되감듯 돌아오고 있었다.
스스스스.
힘겹게 고개를 들자 심각한 변이를 일으켰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흙이 되어 사라졌다.
비록 마나석을 남기지도 못할 만큼 변형과 오염이 심했지만 그 끝은 자연스런 흐름을 따르는 듯이 보였다.
역할을 마친 칠성참요검도 7개의 별빛을 남기며 하늘 위로 날아갔다.
‘미안하다, 세선포야.’
잠시 하늘을 보다가 세선포의 윗주머니를 부욱 하고 찢었다. 아공간을 한곳에 응축해서 떼어 낸 것이었다.
푸쉬이이이이!
방사성 심장이 또다시 가스를 내뿜으면서 펄떡거렸다.
일단 방사선을 흡수하곤 있지만 누군가 조율하지 않으면 결국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일 뿐이다.
‘미안하다, 얘들아.’
뜯어낸 윗주머니를 땅에 구멍을 파서 묻었다. 몸이 붕괴를 일으키기 시작해서 땅을 파는 와중에도 자꾸 몸이 부서져 내렸다.
파삭.
가뭄을 일으킨 것처럼 쩍쩍 갈라진 왼손을 방사성 심장에 가져다 댔다.
방사능을 한데 모아 최대한 압축시키고 싶지만 담아 낼 용기가 없어서 제대로 되지 않는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시야가 단절되자 문득 용기로 쓸 만한 것이 하나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한번 건드렸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마지막으로 선재력을 쥐어짜서 <그림자 훔치기>를 시전했다.
대상은 내 몸.
이미 방사선 때문에 신체의 설계도가 엉망진창으로 훼손된 것처럼 보였다.
‘으으으.’
어차피 설계도를 잃어서 기존의 몸을 복구할 수 없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축하면 된다.
상상하는 건 방사성 심장을 완전히 차폐하는 무언가.
그리고 그 속에서 자아를 유지하는 자신.
츠츠츠츠츠.
조각조각 갈라져 내리던 왼손이 방사성 심장에 들러붙으며 표면을 감싸기 시작했다. 다른 신체 부위도 진흙처럼 녹아내리더니 왼팔을 타고 방사성 심장을 완전히 감쌌다.
내 몸이 알로 변해서 방사성 심장을 빈틈없이 가둔 것이었다.
팅.
오색 빛이 맴도는 반투명한 알이 되어 땅 위로 떨어졌다.
의외로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땐 벌써 의식이 하늘 위로 날아간 뒤였다.
* * *
로마 교황청, 신앙교리성.
아홉 심의회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은 곳.
신앙교리성은 교황청 내에서도 기독교 교리를 감독하는 주요 기관이다.
이단 세력으로부터 온전한 신앙과 윤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종교재판소가 이곳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 안 됩니다!”
그런 신성한 기관에서 어쩌면 가장 신성한 인간이라 볼 수 있는 존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의와 담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거절인가?”
“그, 그런 게 아니라…….”
“거절하면 다음은 없다. 너에게도, 그리고 너의 신자들에게도.”
온몸이 칠흑으로 뒤덮인 남자가 그림자 뒤에서 교황에게 말했다.
차마 돌아서지 못하고 등을 돌린 채 벌벌 떠는 교황의 모습은 가톨릭의 수장이자 로마의 주교로는 절대 보이지 않았다.
“클레어의 제안도 거절했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들과 손을 떼겠습니다!”
“바티칸 비밀문서고.”
“히익!”
남자의 말에 교황이 머리를 쥐어뜯으면 앳된 비명을 질렀다.
“너를 협박하는 것이 아니다, 교황. 그저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려는 것뿐이다.”
“그, 그렇다면 제발 관심 좀 꺼 주십시오! 저는 신의 말씀을 모시며, 신의 의지를 실천하는 자! 암흑과는 양립할 수 없단 말입니다!”
남자가 교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치 그림자가 교황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보였다.
“큭큭, 그렇다면 비밀문서고에 있던 마도서들은 누가 가져다 놓은 거지?”
“그, 그건…….”
“진즉에 파기되었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왜 비밀문서고의 관리인들도 모르는 곳에 꽁꽁 숨겨져 있는 거지?”
교황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조용히 읊조리듯이 말했다.
“참회하겠습니다. 밝히셔도 상관없습니다.”
“흐흐, 아직도 오해하고 있군.”
남자가 처음으로 직접 교황의 어깨를 만졌다. 교황은 부르르 떨기만 할 뿐 차마 뒤돌아보지 못했다.
“넌 우리 쪽에 들어올 필요 없다. 그래, 신의 말씀을 지켜야지, 그렇고말고.”
“…….”
“단지 호기심을 조금 채우기만 하면 된다. 이 정도는 신께서도 용서하시지 않을까?”
“……부탁이니 유혹하지 마십시오.”
“읽기만 하면 되는데, 크게 문제라도? 궁금하잖아, 그게 그리 잘못된 일인가? 애초에 신께서 그렇게 우리를 만드셨는데?”
“제발 돌아가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근위대를 부르겠습니다!”
“그럼 왜 지금까지 부르지 않았지?”
참다못한 교황이 돌아서려 하자 남자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그러고는 교황의 허리춤 옆으로 낡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아아…….”
“내가 마도서를 사용하는 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지?”
“아아아……!”
“이건 그 마도서를 제물로 바쳐 소환한 것이다. 원래 네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돌려주마.”
교황이 남자가 건넨 책을 품속으로 끌어안고는 무릎을 꿇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쉴 새 없이 주기도문을 외웠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 신이시여어어어!”
“아무 걱정할 것 없다, 교황. 네가 신을 부르짖는 만큼 신도 널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 * *
‘여긴 어디지?’
정신을 차리자 웬 강물 속에 빠져서 하염없이 가라앉는 중이었다.
‘이번엔 진짜 죽었겠지? 그럼 선계인가?’
어쩌면 선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묘하게 느낌이 다르다. 그때는 <옹서만권>의 은하수를 지나 웬 산봉우리까지 날아갔었다.
‘몸은…….’
손을 뻗자 다행히 멀쩡하게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신체 부위도 멀쩡했고, 심지어 검선의 오른팔도 온전히 남아 있었다.
‘세선포만 반응이 없네.’
윗주머니는 여전히 뜯겨 나간 상태였다. 당연히 아공간에 있던 소환수들의 존재도 느껴지지 않았다.
‘음, 헤엄이 안 쳐지는데……?
손발은 물방개처럼 계속 움직이는데 가라앉는 속도만 더 빨라졌다. 그나마 숨이 가쁜 건 없었지만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불안했다.
‘누가 좀!’
이대로 완전히 어둠 속에 삼켜지려는 순간.
또옥.
웬 낚싯바늘이 머리 위로 내려왔다.
‘이게 뭐지?’
분명히 낚싯바늘인데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지 않고 일자로 곧게 뻗어 있었다.
이걸 무는 물고기는 얼마나 멍청한 걸까 쳐다보고 있자 찌가 내 코앞에서 흔들흔들 움직였다.
덥석!
‘아차! 그 물고기가 나구나!’
더 가라앉기 전에 힘차게 바늘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진짜 입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두어 번가량 온 힘을 다해 끌어당겼다.
‘으아아아아아아!’
바늘이 잠시 잠잠한가 싶더니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위로 올라갔다.
촤악!
놓칠세라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은 채 버티자 곧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푸하아!”
“음, 월척이군.”
내가 붙잡은 바늘은 웬 할아버지의 낚싯대와 연결되어 있었다.
물고기처럼 허공에서 펄떡거리자 할아버지가 낚싯대를 당겨서 나를 지상으로 끌어냈다.
“꽤 좋은 물고기를 낚았구나.”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여긴 어디죠?”
“하하, 우문이구나. 시간도 남았는데 잠시 말동무라도 하겠나?”
할아버지가 난데없이 옆자리를 통통 치면서 말했다. 거기엔 할아버지와 같은 낚시도구들이 마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