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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START UP!
F급 헌터는 오늘도 취업이 하고 싶어서 3권
영운채 장편소설
목차
3부. 드디어 원작대로 가는 건가?!(2)
4부. 슬슬 복작복작해지는 길드
5부. 다시 또 던전으로(1)
세상을 바꾸는 START UP!
3부. 드디어 원작대로 가는 건가?!(2)
여섯 마리의 좀비를 처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아마도 그들에게 강력한 공격 효과를 부여하는 수술실에서 끌어내서 가능했던 것 같았다.
다만 문제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 있었다.
바로 길 찾기였다.
단순히 병원의 복도를 걷는 것인데 웬 길 찾기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특이하게도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처럼 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면서도 지금 내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 알기가 힘들었다. 그저 묵묵히 앞을 걸어가는 성시현만 믿고 갈 뿐이었다.
더군다나 벽과 바닥에는 피가 군데군데 흩뿌려져 있었는데, 그 피는 단순한 피가 아니라 자아를 가진 것처럼 꿈틀거렸다.
여기저기 작게 고여 있던 피 웅덩이들은 우리가 지나가자 자기들끼리 끈적거리며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리지만 확실히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천천히 우리를 따라왔다.
성시현이 우리를 느리게 따라오는 피 웅덩이를 보며 최현수에게 주의를 주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저 검붉은 피에 절대 닿지 마. 강력한 산성 액이라 조금이라도 닿으면 금방 뼈까지 녹아내릴 테니까.”
“허억! 저, 저게요? 네, 넵! 알겠습니다!”
최현수는 그 말에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고인 피 웅덩이들을 마치 용암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사력을 다해 뛰어넘었다.
나는 앞서가는 성시현의 등을 보며 물었다.
“시현 님, 여기 미로 같은데…… 길은 알고 가시는 거죠……?”
성시현은 여전히 거침없이 걸어가며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러고는 그는 벽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검붉은 피를 기분 나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곳에 사는 보스 있잖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취향 한번 고약하네. 뭔 피랑 좀비를 이렇게 좋아해.”
우리는 그렇게 한참 미궁을 돌며 끈적거리는 피 웅덩이를 뛰어넘었다. 또한 가끔씩 수술실에서 깜짝 튀어나오는 의료진 좀비들은 성시현이 가뿐하게 처리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자 초록색으로 빛나는 출구 간판이 눈앞에 나타났다.
‘드디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건가!’
보스랑 싸우더라도 밖에서 싸우고 싶었다.
계속 피 냄새를 맡다 보니 특유의 비릿한 냄새에 후각이 마비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이 눅눅한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시원한 새벽 공기를 기대하며 나는 성시현보다 빠르게 뛰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뜻밖의 새로운 공간이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이 빠진 채로 중얼거렸다.
“여기는…….”
성시현이 그 광경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곳은 병원에 딸린 공동묘지였다.
비석은 세월의 흔적을 맞은 듯, 굉장히 오래되어 보였다. 거기에는 죽은 사람들의 이름과 연도가 적혀 있었다.
자세히 가서 들여다보자 대부분이 14세기에 죽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14세기지?’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성시현이 뒤로 물러나라는 자세를 취했다.
성시현이 검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한유온, 이리 나와. 중간 보스야.”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그 묘지들이 열리며 그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쥐 떼들이 기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이 구역은 흑사병을 모티브로 했나 보네.’
아무래도 이 던전의 보스는 인간들의 역사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찍찍거리는 쥐 떼들은 일사불란하게 모여 거대한 꼬리와 발톱을 가진 쥐로 변했다.
이제야 성시현이 이 던전의 보스를 보고 취향이 고약하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처음에 우리가 마주한 구역은 현대식 병원이었고, 지금 마주한 공동묘지는 또 중세식이었다.
‘아니면 사람들이 뭐에 대해 공포심을 잘 느끼는지 잘 알고 있거나…….’
3m가 훌쩍 넘어 보이는 거대한 쥐는 공포스러웠고, 쥐의 털에 조금이라도 닿았다가는 금방이라도 흑사병에 옮을 것만 같아 다른 몬스터들을 마주할 때보다 더 무서웠다.
어느새 내 뒤에 숨은 최현수도 그 크기에 겁을 먹은 건 마찬가지인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으으, 왜 이렇게 뭐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나는 마력 포를 장전하고는 나름대로 침착하게 그에게 답했다.
“원래 던전이 이래요. 매번 가는 곳마다 주제가 바뀌거든요. 보스 마음대로예요.”
거대한 쥐는 발톱을 성시현을 향해 휘둘렀다. 작은 쥐들로 이루어진 그 거대한 쥐는 마치 원래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움직였다.
성시현이 쥐를 향해 날아오르며 검을 크게 휘두름과 동시에 강력한 화염구를 여러 개 발사했다. 그에 맞추어 나도 푸른빛의 커다란 마력 포를 날렸다.
펑펑펑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쥐들의 몸이 터져 이리저리 날아갔다. 순식간에 절반 이상의 쥐들이 죽었다.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성시현이 낮게 욕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X…….”
‘무슨 일이지?’ 하며 앞을 확인한 순간 나는 새까만 그림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찌익- 찌익-
죽은 쥐들보다 더 많은 쥐가 무덤에서 또다시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성시현은 쥐들이 무리를 형성하기 전에 빠르게 검을 휘둘러 그것들을 죽였다.
그러나 그가 베면 벨수록 더 많은 쥐가 무덤 속에서 기어 나왔고 그럴수록 우리만 힘들어질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시현은 괜찮아 보였고, 내가 힘들었다.
“하아, 하아…….”
전보다 거칠어진 내 숨소리를 듣고 내 마력이 빠르게 소모되는 것을 알아차린 성시현이 잠시 내 쪽을 돌아보며 크게 소리쳤다.
“한유온! 일단 그 남자 데리고 뛰어!”
하지만 대체 어디로 뛰란 말인가.
뒤로는 좀비들과 강력한 산성 피로 가득한 병원이 있었고 앞에는 페스트균을 가진 거대한 쥐 떼들이 있었다.
내가 답답한 마음에 마력 포를 다시 뮬의 입에 장전하며 외쳤다.
“어디로요!”
“일단 병원 앞쪽으로 가 있어! 내가 여기 어떻게든 처리하고 빨리 갈 테니까. 자, 그리고 이거 받아!”
그가 던진 물건은 잠시 일정 구역에 보호막을 걸어 주는 아티팩트였다. 물통 모양의 아티팩트를 재빠르게 그에게서 받은 뒤 내 인벤토리 창에 넣었다.
“현수 씨, 얼른 가요!”
“……어어!”
나는 겁에 질려 잔뜩 얼은 최현수의 손목을 잡고 우리가 나온 병원의 앞을 향해 뛰었다.
성시현이 이곳에서 피하라고 한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아마 이 일대를 초토화시킬 강력한 화염구를 만들 계획이겠지.’
그래서 일단 우리를 피신시키는 것일 테고.
뮬은 내가 갑자기 뛰기 시작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유온! 저 쥐 떼들을 잡지 않고 왜 도망치는 것인가! 이 뮬이 다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예요!”
“유온!”
뮬은 자신의 힘을 더 사용하지 못해 답답한지 내 품에서 발광을 했다. 나는 그를 달래기 위해 뛰면서도 다정하게 말했다.
“이따가 뮬 님의 강력한 마력 포가 필요해요! 더 강력한 보스를 만났을 때를 위해서요! 그때를 위해 힘을 잠깐 아끼는 것뿐이에요!”
“……흠, 그렇다면야…….”
그제야 뮬은 얌전해졌고 나는 휘청거리는 최현수를 부축하며 빠르게 병원의 코너를 돌았다. 드디어 병원의 입구였다.
최현수가 힘에 부친지 더 이상은 못 가겠다고 외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피라도 토할 것처럼 크게 기침을 쿨럭였다.
“허억, 헉! 유, 유온 님! 저, 저 폐를 토할 것 같습니다! 자, 잠깐만요! 크헉! 헉, 아이고!”
‘아, 맞다. 일반인이지.’
그새 꽤 높은 등급의 헌터가 되었다고 일반인이 어느 정도의 체력을 가졌는지 잠시 깜빡했던 것 같다. 다행히 병원의 입구는 고요했고 몬스터 하나 없었다. 공기 중에서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잠시 쉬게 해도 되겠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성시현이 준 수통을 꺼내 안전 구역을 설정해 방어막을 펼쳤다.
그러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최현수를 보며 말했다.
“방어막을 쳤어요. 다행히 이곳에는 몬스터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잠시 쉬셔도 좋아요.”
“흐억, 헉……. 감사, 감사합니다……. 저, 정말 뛰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
최현수는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완전히 지쳤는지 그 자리에서 벌러덩 대자로 누워 중얼거렸다.
“저 고스트 너튜브 헌터 말고 진짜 헌터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 그 꿈 철회하려고요. 헌터 절대 하기 싫어요. 절대로요.”
‘그러면 안 되는데…….’
당신, 미래에 네크로맨서 헌터가 될 운명이란 말이야.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하하, 그래도 헌터가 되면 좋은 점도 많아요. 일단 돈을 많이 버는걸요.”
최현수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지금처럼 알바하면서, 행복하게 살래요. 저는 귀신이 진짜 존재하는지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지, 좀비나 시체들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어째 단단히 꼬여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그를 회유하기 위해 다른 말을 꺼냈다.
“그래도 그런 존재들을 부릴 수 있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왜 강령술사나 네크로맨서같이 언데드나 사령들을 군대처럼 부리면 성시현 헌터보다 세질걸요?”
“아뇨, 세지기 싫어요. 그냥 구독자 얼마 없는 인기 없는 너튜버로 살래요. 어휴, 게네들이 제 손에서 소환되는 것 자체가 싫어요. 으으, 진짜 싫어요! 싫어!”
최현수가 아까 봤던 언데드 무리를 상상했는지 몸서리를 치며 땀에 전 그의 탈색 머리를 털었다.
‘허허, 망했다.’
나는 아무래도 사람을 설득하는 데에는 별로 소질이 없나 보다.
‘그래, 이 사람이 네크로맨서가 될 운명이면 내가 설득하지 않아도 알아서 되겠지. 나도 모르겠다. 일단은 최종 보스를 잡고 여기서 최현수를 데리고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만 생각하자.’
그때 성시현이 있는 곳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환한 빛이 보였다. 내 예상대로 엄청나게 큰 화염구를 성시현이 생성한 것 같았다.
최현수는 얼이 빠진 채 내게 물었다.
“아니, 사람이 대체…… 저런 걸 만들 수가 있는 거예요……?”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성시현이라면 가능하죠. 화염계 공격을 쓰는 헌터 중에서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랭킹 1위이니까요.”
“와…….! 그런 분이랑 일하시다니……. 유온 님 정말 좋으시겠어요. 사실 성시현 헌터랑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경력이잖아요!”
최현수의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순간적으로 민간인 앞에서 표정 관리가 제대로 안 되었다.
“으음……. 그건, 하하…….”
‘아니지! 이럴 게 아니라 성시현이랑 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최현수가 각성하게 되면 햇빛 길드에 바로 올 마음이 들게 해야지.’
이성이 돌아온 나는 웃으며 황급하게 성시현과 일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최현수에게 구구절절 변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러는 사이 성시현이 만든 화염구가 거대한 쥐 떼들을 감싸 안듯이 다가가는 게 저 멀리서도 보였다. 불길은 점점 더 거세졌고 쥐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는 소리와 뜨거운 열기가 여기까지 들리고 느껴졌다.
쥐가 타는 냄새는 굉장히 역했기 때문에 나나 최현수나 동시에 얼굴을 찌푸리며 코를 막을 수밖에 없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최현수가 내게 물었다.
“이제 다 끝난 걸까요?”
“아마……도요?”
나중에 안 사실이었다. 헌터들 사이에서 ‘해치웠나?’ 혹은 ‘다 끝났나?’ 같은 말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금지어라는 것을.
고요해진 성시현 쪽을 우리가 보고 있을 때 스멀스멀 또다시 위화감이 느껴졌다. 본능적인 헌터의 직감으로 땅속에서 무언가가 깨어나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긴장한 얼굴로 나는 뮬에 마력 포를 장전해 들었다.
그러자 덩달아 긴장한 최현수가 몸을 벌떡 일으켜 내게 물었다.
“뭐, 뭐가 있나요, 유온 님?”
“그게 뭐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잠시만요.”
심지어 수가 꽤 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병원 앞을 볼 생각을 안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