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오버로드
철혈의 오버로드
[13권]
제215장. 오라클(Oracle)
제216장. 강철인, 누명을 쓰다!
제217장. 다가오는 라그나로크
제218장. 사상 최강의 대장장이
제219장. 개전, 라그나로크!
제220장. 보급은 현지조달이 제맛
제221장. 시스템은 독주하는 군주를 지지한다.
제222장. 다가오는 거대한 전쟁
제223장. 절망을 희망으로
제224장. 살육황제의 부활
제225장. 주객전도
제226장. 개이득
제227장. 철혈제의 시선
철혈의 오버로드
제215장. 오라클(Oracle)
‘이게 무슨!’
강철인은 곽정의 발언에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란 강철인이 소울 백업을 사용함으로써 사라져 버린 역사를 뜻했고, 그런 과거에서 현재로 회귀한 자라는 건 바로 강철인 본인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던가?
‘내가 빌헬름과 아오쒼을 죽인다?’
뭔가 뉘앙스가 미묘했다.
만약 강철인이 두 대군주를 죽이는 광경을 본 것이라면 ‘전하께 빌헬름과 아오쒼이 죽을 겁니다’라고 말했을 터, 굳이 뭉뚱그려 표현하진 않았을 것이었다.
콰직!
강철인의 손아귀가 곽정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곽정!!!”
“……!”
“뭘 봤나.”
“저, 전하… 크윽!”
“말해라.”
“……!”
“뭘 봤는지.”
다른 예지라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었지만, 소울 백업을 암시하는 예지는 아니었다.
“저, 전하… 컥…….”
“다 나가라.”
강철인은 곽정이 힘들어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축객령을 내렸다. 곽정이 소울 백업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상, 이 대화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나눠야만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이것 좀 놓아주시면… 크윽…!”
“아차!”
강철인이 황급히 곽정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자칫 아끼는 부하를 질식사시킬 뻔한 순간이었다.
“캑! 저, 저를 죽이시려고…….”
“오해다.”
“…….”
“뭘 그까짓 걸로? 내가 네 녀석을 얼마나 아끼는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곽정을 목 졸라 죽일 뻔한 주제에 강철인은 그의 등을 탁탁 두드리면서 뻔뻔스럽게 웃으며 딴청을 피웠다.
‘으…….’
곽정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싸이코야…….’
강철인은 분명히 좋은 상사였지만, 그놈의 성질머리 하나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아무튼.”
강철인이 곽정을 독촉했다.
“뭘 본 건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에서 현재로 회귀한 자라니?”
“그, 그게 말입니다…….”
“내가 빌헬름과 아오쒼을 죽이는 장면을 본 건가?”
혹시나 싶어 던진 질문이었지만,
“아닙니다.”
곽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음?”
“왜 전하께선 제가 전하를 봤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이 자식이?’
곽정의 허를 찌르는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그 대처는 무척이나 유연했다.
“글쎄?”
씨익-
강철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 그런 질문을 던졌을까?”
“예에?”
곽정의 눈이 휘둥그레 변했다.
‘뭐, 뭐지?’
곽정은 당황했다.
조금 전 던진 질문은 그 역시 과거에서 현재로 회귀한 자라고 말하는 격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강철인 역시 회귀자란 말인가?
“멍청한 놈.”
그때, 질책 섞인 목소리가 곽정의 귓전을 때렸다.
“예?”
“이 대륙에 빌헬름과 아오쒼을 죽일 만한 사람이 누가 있나? 어디 꼽아봐라.”
“그거야… 아하?”
긁적긁적-
곽정이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북부 연합 굴베이그의 쌍두마차인 대군주 빌헬름과 아오쒼을 죽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어리숙하긴.’
강철인은 멋쩍어하는 곽정을 바라보며 내심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뭘 봤나.”
자연스러운 말 바꾸기는 덤이었다.
“그, 그게…….”
“……?”
“정확하게 기억이…….”
“…….”
“뭘 봤는지는 알겠는데, 장면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납니다.”
“지금 나랑 장난ㅎ…….”
“절대 아닙니다!!!”
곽정이 빽 소리를 질렀다.
“저도 답답합니다!”
“그, 그래?”
“예, 뭔가 보긴 봤는데 기억은 안 나고 내용만 떠오르니 아주 미치겠단 말입니다!”
“……!”
“어쨌든… 보긴 봤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뭘 봤는지는 전혀 기억 나지 않는데 핵심 내용만을 기억한다?
만약 곽정의 기이한 상태(두 눈이 보랏빛으로 물드는)를 보지 못했다면 무슨 개꿈을 꾸고 와서 헛소리를 지껄이냐며 면박을 줬을 터였다.
“아, 아무튼…….”
곽정이 말을 이었다.
“지금 제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그거야 지나가던 개도 알겠다.”
“예, 그러니까… 눈앞에… 전엔 안 보이던 상태창까지…….”
“……?”
“직접 그려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강철인이 병동의 서랍을 뒤져 양피지와 깃펜을 찾아 곽정을 향해 건네주었다.
슥, 스윽-
곽정이 깃펜을 놀렸다.
“……!”
그 결과물, 그러니까 곽정의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본 강철인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알림] 전직에 성공하셨습니다!
모험가 곽정의 클래스가 기존 ‘책사’에서 ‘오라클(Oracle)’로 변경되었습니다!
페널티 옵션 : 근력 ?30% / 지구력 ?30% / 민첩성 ?30% / 방어력 ?30% / 마법저항력 ?30% / 공격력 ?50%
“이게 뭔 개떡 같은…….”
강철인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당연하질 않은가?
무슨 놈의 전직이기에 육체적인 능력이 대폭 깎인단 말인가?
이런 페널티 옵션이라면 차라리 전직하지 않은 게 훨씬 이득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도대체가!”
강철인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라클]
미래를 예지합니다.
쿨타임 : 72시간
페널티 옵션 : 발동 후 모든 능력치 영구적으로 ?5% (기본 적용, 예지의 범위가 커질수록 부여되는 페널티도 증가함)
그 대가로 얻는 것이 예지 능력이라면 사실 페널티 옵션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
“뜬금없이 왜 네가 왜 오라클이?”
“그, 그거야 저도 모르지 말입니다?”
강철인과 곽정.
왕과 신하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아무래도 뭔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