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오버로드
철혈의 오버로드
[11권]
제178장. 제2차 군주회합
제179장. 꿈틀대는 음모
제180장. 발두르 지방으로.
제181장. 격동하는 대륙
제182장. 예고장
제183장. 알루코의 보고
제184장. 밤말은 새가 듣고 낮말은 쥐가 듣는다.
제185장. 일해라, 로스차일드!
제186장. 잘 먹겠다.
제187장. 로스차일드, 폭주하다!
제188장. 강철인 vs 로스차일드
제189장. 압도, 그리고 복수.
제190장. 이공명의 절규
제191장. 소녀의 아이템
제192장. 강철인의 역습.
제193장. 희대의 대(大) 악당, 강철인!
제194장. 펜타곤 in 강철인
제195장. 진정한 악마, 강철인!
제196장. 안녕하신가?
제197장. 억울하면 이기든가?
제198장. 날로 먹은 승리
철혈의 오버로드
제178장. 제2차 군주회합
물음표, 또 물음표.
사내를 바라보는 강철인의 얼굴은,
‘이 무슨 개 같은!’
그야말로 경악이었다.
“혹시… 불쾌하시기라도?”
강철인의 표정을 본 곽정, 아니 군주 비토 클레멘자의 군사인 곽정이 입을 열었다.
“제가 무례를 저질렀다면…….”
“그 전에.”
강철인은 말을 자르고는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재차 확인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봐라, 누구라고?”
무시무시한 눈빛.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섬뜩한 시선이 곽정을 향해 쏟아졌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너는 누구냐, 하는 것 말이다.
“저는…….”
곽정이 답했다.
“굴베이그 지방, 판게아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파라마운트 영지의 군주, 비토 클레멘자 전하의 군사로 있는… 곽정이라고 합니다.”
“다시.”
“…예?”
“누구의 군사라고?”
“비토 클레멘자 전하입니다.”
“이름이?”
“곽정입니다.”
“국적은.”
“듣고 계시다시피… 한국인입니다만…….”
“이런 빌어먹을!”
“예?”
덜컥 튀어나온 욕설에 곽정이 놀랐지만, 강철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이게 말이 되나?’
곽정이 둘이라니?
회귀 직후, 그가 그렇게나 찾아다니던 군주 비토 클레멘자의 군사 곽정이 눈앞에 있다?
그렇다면,
‘뽑기를 잘못한 건가…?’
지금 곁에 있는 곽정이 그가 찾던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밖엔 되질 않았다.
“곽정이라… 내 밑에도 곽정이 하나 있지. 너와는 동명이인…….”
“그건 아닙니다.”
“……?”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 본명은 곽준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우연히 사주를 보셨는데 점쟁이 말에 제가 단명할… 아, 혹시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곽준이 제 품속에서 판게아산 궐련을 슬쩍 꺼내 보였다.
“제가 좀 골초라…….”
“좋을 대로.”
“예, 감사합니다. 후우…….”
독한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지독한 골초.’
이를 본 강철인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그가 찾던 사람은 지금 라퓨타 성채에서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을 곽정이 아닌, 지금 그의 눈앞에서 담배를 맛깔나게 피워대고 있는 자인 듯했다.
“그래서.”
강철인이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진짜 곽정’으로 추정되는 자가 접근해 온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날 찾아온 이유는?”
“전하께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떤?”
“큰 거랩니다.”
“그런 건 네 군주가 직접 찾아와서 제안하는 게 순서일 텐데? 아니, 애초에 비토 클레멘자는 어디 갔지?”
“전하께선 몸이 편찮으십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군주회합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디 양해를…….”
“그렇다면 이해하지.”
강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군주가 부재일 때 자신의 보좌관이나 신하를 보내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으므로.
“그래서 어떤 거래를 제안하겠다는 건가.”
“전하께선 판게아의 제패를 원하고 계시질 않습니까?”
“그거야 나뿐만이 아닐 텐데?”
“물론 그렇지만, 실현 가능한 분께 거래를 제안하는 것과 꿈이나 꾸는 자들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습니까? 기왕 하는 베팅, 승률이 높은 쪽에 거는 게 여러모로 낫겠지요.”
“내용은?”
“간단하게 말씀드립니까?”
“편한 대로 해라.”
“예, 그러지요. 저는, 아니 제 군주이신 비토 클레멘자 전하께서는…….”
곽준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무척이나 낮은, 거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패왕 전하께 양강구도를 만들어드릴 생각입니다.”
“……!”
“발할라 왕국과 굴베이그 연합의 일대일 구도. 이게 서패왕 전하께서 원하시는 큰 그림 아닙니까?”
곽준의 말에 강철인은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한국인 남성이 그가 찾던 사람이든 아니든 거래를 하기에 차고 넘치는 지략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세히.”
강철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무도회가 끝나고, 제2차 군주회합은 군주들의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쾅!
때아닌 굉음이 울려 퍼짐으로써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커헉!”
동양인 남성이 피를 한 사발이나 뿜어내며 캑캑거렸다. 그는 누군가에 의해 군주의 홀 벽면에 처박힌 상태였다.
“감히.”
그 누군가.
동양인 남성의 멱살을 틀어쥔 강철인이 씹어내는 듯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네놈 같은 쓰레기 따위가 내게 거래를 제안해?”
“큭, 크윽……!”
“혀를 뽑아줘야 정신을 차릴 텐가?”
“죄송… 하, 합니다… 요, 용… 서를!”
곽정, 아니 본명 곽준이 숨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용서를 빌었다.
“용서?”
강철인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주제 파악을 못 하고, 이따위 무례를 저지르고도 용서를 바라나?”
“조, 죄송…….”
“모가지를 분질러주마.”
“크악!!!”
강철인이 손아귀에 힘을 더하자 곽준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졌다.
“쿨럭!”
곽준이 다시금 피를 토했다.
‘피의 색이!’
이를 본 강철인의 얼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피의 색이… 무척이나 검었다. 마치 폐병 걸린 환자의 그것처럼 말이다.
만약 원인이 폐암으로 인한 것이라면, 멱살이 잡힌 이 남자가 그의 곽정과 완벽하게 똑같은 조건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뭐야, 왜 저래?”
“비토 클레멘자의 대리인이네?”
“강철인이 또……!”
강철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뭇 군주들은 이게 또 무슨 사단인가 싶어 눈을 멀뚱멀뚱 굴리며 이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파직, 파지직!!!
그때였다.
<<서패왕 강철인-!!!>>
시공간이 일그러지고,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아칸이 강철인을 제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