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의 사슬 개정판 3권
북천의 사슬 개정판 3권

북천의 사슬
[개정판]


3


아울 판타지 장편 소설
북천의 사슬 개정판 3권
북천의 사슬 [개정판] 3권

지은이 : 아울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25-05-20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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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 02-695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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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의 사슬 개정판 3권
목차


제15장 하얀 가시나무 숲
제16장 은빛 소나무
제17장 괴물의 기억
제18장 왕관의 주인
제19장 반역의 기사
제20장 은과 녹슨 철
북천의 사슬 개정판 3권
?제15장 하얀 가시나무 숲


여자는 긴 의자에 앉아 마당을 보고 있었다.
마당에는 푸른 모직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가 고양이와 놀고 있었다.
소녀는 어떻게든 고양이와 제대로 놀아보려 했지만, 고양이는 소녀가 흔드는 끈을 보고만 있을 뿐 좀체 나서지 않았다.
참다못한 소녀가 고양이의 발을 확 잡아끌었다. 놀란 고양이는 뒷발로 소녀의 발을 걷어차 버리고는 잽싸게 도망쳤다.
분노한 아이는 고양이가 사라진 방향으로 가려 했다.

“그만, 타마라. 이리 오렴.”

아이가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어서 이리로 와, 타마라.”

아이는 노을에 젖은 듯 살짝 붉은 백금발 머리에 인형처럼 작고 섬세한 얼굴과 투명한 청록색 눈을 가졌다. 누구라도 지나치지 못하고 들여다볼 정도로 예쁘다.

“타마라.”

여자가 타이르듯 부드럽게 말했다.

“고양이는 심심해지면 다시 온단다. 기다리렴. 네가 쫓아가면 갈수록 오히려 더 멀리 도망가거나 감쪽같이 숨어 버려. 그러다 너무 멀리 가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안 되잖니. 내버려둬.”

아이는 고양이가 사라진 곳과 어머니를 번갈아 보더니 돌아서 달려왔다.
여자는 품에 폭 안기는 아이를 꼭 안은 다음 무릎에 앉히고 아이의 머리카락을 매만져 주었다. 설탕처럼 하얀 아이의 목에는 푸른 끈이 매여 있었다. 백금발 머리카락과 정말 잘 어울렸다.
아이는 어머니의 손에 머리를 맡기고 멀리 있는 호수를 보았다. 그곳에 뭔가를 숨겨두기라도 한 듯이 골똘히.

“타마라.”

여자가 아이의 머리를 돌려 저를 보게 했다. 아이의 청록색 눈이 여자를 향했다. 아이의 모든 게 그러하듯 눈동자 역시 예뻤다.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경지의 모든 게 이 아이에게 있었다.

“보지 말렴.”

여자는 당부하듯 말했다.

“날 사랑하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는 말했다.

“그럼, 앞으로는 저곳을 보지 마.”

아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웃었다.

“꼭 그래야 해. 어디에 있든 나를 봐. 멀리 가지 말고 항상 이 근처에서만 놀고. 알겠지?”

아이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만족하고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사랑한다, 아가야.”

아이가 여자 품으로 파고들어 왔다. 여자는 아이의 서늘한 체온을 느끼며 그 몸을 꼭 안았다.

“사랑해, 아가야. 정말로.”

여자는 간절하게 아이의 몸을 안으며 말했다.

“그러니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렴. 어디로도 가지 말아라, 나를 절대 혼자 내버려두지 마. 알겠지?”

아이는 품속에서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는 거야.”

그때 우렁찬 고함이 들렸다.

“아가사!”

여자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남편인 거구의 남자가 어깨에 뭔가 잔뜩 짊어지고 오고 있었다. 그를 따라오던 갈색 머리 사내아이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내아이는 아가사와 퍼브 사이의 아이가 아니었다. 타마라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문 앞에 놓여 있었다. 몸을 감은 모포 안에는 레나토라는 이름과 함께 생년월일을 적은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일 년 전 태어난 아이였다. 그 목에는 변방에서는 구경도 하지 못할 정교한 만듦새의 메달 조각이 걸려 있었다.
부부는 아이를 아들 삼아 키웠다. 특출나게 뛰어난 데는 없지만 크게 나쁜 점도 없는 아이는 순하고 착한 아이로 자라났다.

“어서 와요, 퍼브.”
“저 멀리서부터 광채가 나지 뭐야! 그래서 얼른 달려왔지!”

퍼브는 황홀한 눈으로 아내와 그 품에 안긴 아이를 보았다. 퍼브에게는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볼일은 잘 봤나요.”
“그럼! 시내에서 굉장한 걸 사 왔어! 이걸 입으면 둘 다 너무 예뻐서 통째로 잡아가고 싶어질 거야! 물론, 내가 옆에 있는데 감히 누가 그러겠어!”

남편은 다가와 아내의 이마에 키스하고, 무릎에 있던 딸을 번쩍 안아 들었다.
아이는 울지도 반가워하지도 않고 아버지를 물끄러미 보았다.
아가사가 말했다.

“티미, 아빠가 안아주면 웃어야지.”

퍼브를 물끄러미 보던 아이가 갑자기 웃었다. 퍼브는 마주 웃고는 품에 아이를 안았다. 아이가 퍼브의 목에 찰싹 달라붙었다.

“시내에 가니 다들 티미에 관해 묻더라고. 너도나도 덤벼 어떻게 자라고 있느냐고 물어봤어. 그래서 내가 내 사랑하는 아내와 똑 닮게 자라고 있다고 했지. 당신과 우리 아이가 같이 있으면 마을에 해가 두 개 뜬 것 같다고 하면서 말이야.”

아가사는 웃었다.
아무도 안 믿을걸요. 하하.
하지만 퍼브는 진심이었다. 애정에 왜곡될 대로 된 그의 눈으로 보기에,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존재였다.

“오면서 시내 치안대를 만났는데, 정말 마령이 안 나타나느냐 묻더군.”
“요즘 없잖아요.”
“그래. 그래서 그렇게 답했지. 정말 하나도 안 나온다고. 신기하지만 그게 사실인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맞아요, 참 다행이죠.”
“신기하지. 매번 괴물 관련 사고가 있었는데 문이라도 닫힌 듯 딱 그쳤어. 그래서 내가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