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성우가 몹시도 사나운 시선으로 사무실로 들어서는 숀을 노려봤다. '“늦게 왔군, 그것도 두 시간이나!” '“내가 올 수 있는 시간은 이 시간이라고 비서한테 말했는데 못 들었나요?” '“난 분명히 1시까지 오라고 말했는데?” '“난 분명히 3시까지 온다고 말했는데요?” '숀이 성우와는 다르게 그다지 흥분하지 않은 어조로 말하고는 엉망으로 지저분한 사무실을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다가 성우의 무서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무실을 가로질러 지저분한 사무실 분위기와 다르게 아주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앉았다. '“앉으라고 말한 적 없는데.” '성우가 싸늘한 음성으로 내뱉었다. '“그럼 나를 일어서게 해보시죠.” '숀이 조롱하는 듯한 눈초리로 성우를 바라보며 도전적으로 말했다. '“당신 같은 여자하고 말장난할 시간 없어.” '성우의 목소리는 금세 짜증스러워졌다. '“나도 시간이 남아돌아 여기 찾아온 게 아니에요. 그리고 한번만 더 명령하듯 오라가라 하면 나도 그땐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숀이 성우의 고압적인 태도를 당당하게 받아쳤다. '“당신 때문에 난 중요한 약속을 두건이나 취소해야 했어!” '성우가 불같이 화를 냈지만 숀의 표정은 오히려 더욱 담담해졌다. '“어째서 내가 당신 스케줄에 발을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난 당신 비서도 아니고 하물며 이 회사 직원도 아니에요. 당신 명령에 따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구요. 몰랐나요?” '“대체 당신이 무슨 배짱으로 큰소리치는 거지?” '“여기서 배짱 같은 게 왜 필요한 거죠?” '숀이 어리석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성우를 노려보며 물었다. '“이런 앙큼한 것 같으니라고.” '성우가 책상에서 일어나더니 온몸으로 분노를 내뿜으며 숀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당신은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그런 거짓말이 통할 줄 알았나?”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정말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여자로군. 진즉에 알아봤어야 했는데!” '성우가 숀의 양어깨를 움켜잡고는 숀을 일으켜 세웠다. '“당신 같은 여자를 내 사무실에 들여놓았다는 게 역겨울 정도야!” '“이 따위 쓰레기 같은 사무실에 발을 들여놓은 난 토하고 싶지 않은 줄 알아요? 디자이너 양복만 입을 줄 알았지 사무실을 한번쯤 청소해 줘야 이미지가 깎이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 모양이군요. 이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한사람도 당신에게 일을 주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숀의 표독스럽고 냉정한 반격에 성우의 턱 근육이 실룩거렸다. '정말, 정말 한마디만 더하면 주먹으로 면상을 갈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저 고약스러운 주둥이로 한마디만 더 한다면! '“MIT에는 플레아 고든이라는 학생은 있지도 않았어! 이래도 큰소리칠 건가?” '성우의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