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부시다.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혜미는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겁게 닫히는 철문 소리가 비로소 그녀의 자유를 확인해 주고 있는 듯했다.'세상은 2년 전 그때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2년이라는 세월 동안 얼마나 갈구해 왔던 자유던가……. 그런데 막상 홀로 세상 한가운데 서 있게 되자 혜미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따가운 햇살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부르튼 입술을 앙다물었다.'‘이젠 어디로 가야 할까?’'혜미는 눈앞이 막막했다. 당장 자신을 반겨 줄 일가친척 한 명 없었기에 그녀는 한참 동안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민소매 티셔츠와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한껏 멋을 부린 젊은 여자가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는 혜미를 힐끔거렸다. 여자뿐만이 아니라 그녀 바로 옆에서 신문을 읽고 있던 남자 역시 혜미를 슬쩍 곁눈질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8월 초의 한여름이었으나 그녀는 2년 전 경찰서에 끌려갔을 때의 허름한 옷차림새 그대로였다. 찌든 때가 덕지덕지 묻은 허름한 티셔츠와 색 바랜 스커트, 그리고 밑창이 거의 닳아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파오는 낡은 운동화 차림의 혜미는 말 그대로 노숙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시내버스가 도착하자 남자는 읽고 있던 신문을 벤치 위에 그대로 둔 채 승차했다. 남자가 두고 간 신문을 집어든 그녀는 빼곡하게 기재되어 있는 구인란을 훑어보았다.'‘용모 단정한 사람…… 대졸 이상…….’'어느 것 하나 혜미한테 해당되는 사항은 없었다.'땡전 한 푼 없이 세상 밖으로 내던져진 그녀는 막막한 얼굴로 신문의 구인란을 뚫어져라 응시했다.'“보아하니 일자리가 필요한 모양이군요.”'기척도 없이 누군가가 혜민의 어깨 너머에서 말을 걸어왔다. 느닷없이 들려오는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절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혜미 앞으로 낯선 남자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아가씨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후원해 주고 있습니다.”'50대 초반의 머리가 희끗한 남자는 혜미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그는 연신 손수건으로 얼굴과 이마를 훔쳐내고 있었다.'‘희망낙원…… 김순철 원장……?’'명함만 보아서는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혜미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지금 막 출소했습니까?”'남자의 예리한 질문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필요 없어요. 도움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