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문 2월의 날씨는 낮과 다르게 싸늘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추위를 막아 보려 저마다 옷깃을 여미었다. 이 추위가 지나면 이제 곧 봄이 올 것이다.'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마. 그에 걸맞게 왠지 모를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어온다. 이제 갓 피어나는 새싹처럼 여기에도 그런 이들이 있었다.'묵은 감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한 기운에 녹아내리는 대지 위에 묻어 버리고 자신들의 꿈을 위해 기꺼이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이들. 그래서 더욱 그들이 아름다웠다.'“위하여!”'시끄러운 음악 소리 사이로 깨어질 듯 유리잔이 부딪쳤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외침 소리.'“이제 우리는 누구?”'“대학생!”'“이제 우리는 누구?”'“자유인!”'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지축을 울릴 것 같은 고함 소리가 뒤따랐다. 그들의 외침 소리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잔을 들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매캐한 공기가 코를 찔렀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나무라거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고생했다며 박수까지 쳐주었다.'이제 자유라 외치던 그들은 지옥 같던 고3의 눈물을 벗어던지기 위해 입고 있던 교복을 벗어 작별 인사를 했다.'“자, 이제 우리는 멋진 인생을 사는 거야. 오케이?”'“콜!”'“지옥 같던 고3이여, 이제 굿바이다!”'누군가의 외침 소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고함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이제 맘껏 청춘을 불살라 보자! 이 밤이 뜨겁도록!”'“잘 가라. 내 눈물의 고교 시절이여!”'“이 지긋지긋한 인간들아! 행복해라! 그래도…… 니들 만나서 정말 즐거웠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