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 '현주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거지같은 자식이 자신의 아지트로 굴러들어 왔는지 이해 불가능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거렸다.'“큭. 자기도 줄까?” '현주는 기겁을 하며 멀찍이 몸을 빼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꺼림칙한 눈으로 앞에 앉아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가 그녀를 이토록 기겁하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이랬다. 파르페 하나를 시켜 꽂혀 있는 과자들을 하나씩 꺼내 겉에 뭍은 아이스크림을 할짝거리며 혀로 핥아 먹는다. 여기까진 그래도 참을 만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그는 그걸 다시 꽂아 또 핥아 먹고 또 핥아 먹고 그러다 테이블에 흘리기라도 하면 아까운 듯 손으로 찍어 그걸 또 쪽 하고 빨아 먹는다. 그 꼴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자니 속이 다 니글거렸다.'“됐거든? 난 이만 가 볼 테니까. 넌 그거 다 먹고 꺼지든지 말든지. 네가 알아서 해.” '“에헤.” '현주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쾅 소리와 함께 거칠게 내려놓았다. 녀석을 향해 눈을 흘기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또 찾을 걸?” '“뭐?” '낮게 깔리는 그의 부드러운 소울 허스키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으며 싱글거렸다. 현주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며 다시 그에게로 다가갔다. 바로 곁에 우뚝 멈춰 선 그녀는 그가 앉아 있는 테이블과 의자에 양손을 얹고 몸을 기울인 채 으르렁거렸다. '“내가 왜 남이 씹다 버린 껌한테 미련을 떨 거라 생각해? 별 볼일 없는 네 녀석을 내가 다시 찾을 거라고? 웃기지 마. 난 두 번 다시 너 같은 놈 안 봐.” '“정확히 오늘까지 딱 다섯 번이지 아마?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다시 날 찾은 게.” '“…….” '현주는 잠시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당황스러운 듯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 나이트를 외치며 최고의 레벨만 사냥하기로 유명한 그녀가 이따위 날건달 같은 백수 놈을 상대로 그것도 무려 다섯 번씩이나 만나고 있었다는 게 그녀로서도 이해 불가능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이유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돌아서면 생각나고. 만나면 먹고 싶고, 먹지 말아야지 다시는 돌아보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먹고. 먹고 나면 탈나지 하면서도 다시 또 이렇게 녀석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안 해. 다시는 연락 안 해.” '“해. 또 할 거야.” '“안 해. 너 따위 다시는 안 본다구.” '그의 입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그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그녀의 탐스럽게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을 살짝 끌어당겨 쫑알거리는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가볍게 벌어진 그녀의 입안에 차가운 혀를 집어넣어 살짝 핥기까지 한다. '“맛있지? 초코랑 바닐라가 어우러져서 더 달콤해. 중독 될 것 같지? 나처럼.” '그의 소곤거리는 작은 속삭임과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짜릿한 혀의 향연에 그녀는 다시 아찔함을 느끼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또다시 그의 위험스런 유혹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현주는 기울였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치사한 자식. 이런 식으로 들이댄다고 내가 널 다시 찾을 것 같아? 웃기지 마. 우린 이걸로 끝이야. 다신 볼일 없을 거야. 잘 가.” '“뭐. 정 그러시다면. 바이. 바이.” '그는 다시 아이스크림이 묻은 과자를 혀로 할짝거리며 살짝 눈웃음을 흘렸다.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안녕을 고한 뒤 아무렇지 않게 입술에 남아 있는 아이스크림의 흔적을 혀를 돌려 핥아 먹는다. '“더런 놈.” '그의 장난스런 꼬드김에 속아 결국 또다시 그에게로 돌아온 자신을 힐책했다. 떫은 표정으로 돌아선 현주는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박차고는 씩씩거리며 카페를 빠져나왔다. '“정말 내가 미쳤지. 안 그러고서야 어떻게 저런 머저리 같은 자식을 이렇게 또 만날 수가 있겠어? 그래 정신감정부터 받아 봐야 돼. 분명히 뭐가 잘못된 거야.” '카페를 나와 걸음을 옮기며 주절거리던 현주는 이내 병원 상담 쪽으로 결정을 내리곤 핸드백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찾아 다시 핸드백 속을 뒤적거리던 그녀는 찾는 것이 없자 이내 짜증을 냈다. '“이게 어딜 간 거야? 아이 짜증나.”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방 속에 있던 라이터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현주는 신경질적으로 핸드백을 뒤집어 안에 내용물을 길바닥에 전부 쏟아부었다. 나뒹구는 것들 중에 찾는 물건이 없자 입술을 잘근대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똑똑똑. '어디선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쪼그려 앉아 바닥에 흩어진 자신의 물건들 중 라이터의 행방을 찾아 뒤적거리던 그녀가 문득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리벽 너머의 그가 입 꼬리를 슬쩍 말아 올리며 싱긋 웃고 있었다. 놈의 오른손에는 그녀의 최고급 라이터가 쥐어져 있었다. 현주의 기억 속에 아직까지도 각인되어 있는 첫 남자가 선물한 것이었다. 이태리 최고 공예가에게 부탁해 심열을 기울여 만든 단 하나뿐인 귀한 라이터라고 했다. '“설마.” '그랬다. 조금 전 현주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꺼냈었다. 그러나 금연이라는 종업원의 한마디에 입맛을 다시며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를 그냥 그대로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것이다. '‘잘. 봐.’ '잘 들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입 모양만으로 추측해 보건데 그는 분명 지금 그녀를 자극하려 하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no! no!” '현주는 유리창에 철썩 들러붙어 경악을 금치 못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현주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다음 그대로 라이터를 자신이 먹던 파르페의 찐득하고 끈적거리는 몸속으로 꾹 눌러 묻어 주었다. '‘사. 랑. 해. 자. 기. 야.’ '그가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주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넋을 놓은 현주에게 유리창을 통해 가벼운 입맞춤을 선사한 뒤 그는 유유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