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 스물한 살의 꽃다운 나이, 하지만 지능은 다섯 살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저를 버리고 간 엄마 대신 동철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나리, 
그녀의 세상은 전부 동철이었다.

동철…….
나는 알고 있어요.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나를 당신이 사랑한다는 것을.
동철, 사랑합니다.
그저 더듬더듬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하는 나지만, 이것은 내 진심입니다.

동철, 스물넷에 스물한 살짜리 여자애를 보살피는 처지가 되었다. 

군대 제대 후 나리와 함께 살게 된 동철, 
그녀의 할아버지가 나리를 데리고 간 뒤에야 그녀가 그의 전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리…….
누가 너를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라고 생각할까.
천사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로 그렇게 해맑게 웃으면 어느 누가 가슴 설레지 않을까.
그렇게 웃지 말고, 쳐다보지도 마라. 박나리.
사랑한다. 내 나리야.

-본문 중에서-

동철은 나리의 젖은 뺨에 제 얼굴을 비벼대며 천천히 입술을 옮겼다. 어느새 키스를 알아버린 나리는 동철의 입술을 찾아 고개를 돌리며 입을 벌렸다.
녹아내릴 만큼 달콤하고 부드러운 입술, 동철은 천천히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티셔츠 앞자락을 꽉 붙잡고 감은 눈을 파르르 떨며 키스에 응하는 나리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워서 애처로웠다. 
순수한 본능으로 하나가 되고 싶다고 매달리는 나리는 완벽한 여자였다. 동철은 나리를 끌어안고 등을 다독였다. 
서서히 달 뜬 신음을 흘리며 몸을 밀어붙여 오는 나리는 태초의 본능으로 그를 사로잡았다. 단호한 눈길로 나리를 품에서 떼어낸 동철은 애원하듯 바라보는 나리의 눈길에 결심을 굳혔다. 타오르는 장작처럼 뜨거운 불길이 눈에 어른거렸다.
동철은 나리를 안아 들고 침실로 걸어갔다.
나리를 침대 위에 앉힌 동철은 나리와 마주 보며 말했다.
“나리야, 사랑해.”
동철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담긴 것은 그녀를 향한 사랑이었다. 
침실의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은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마치 하늘을 수놓는 폭죽처럼 반짝였다.
동철은 나리의 입술에서 미끄러지듯 목선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부드럽게 가슴을 움켜쥐고 애무했다. 잘록한 허리를 비틀며 가쁜 숨을 내쉬던 나리는 동철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가락을 묻었다. 
달콤한 내음이 가득한 나리의 몸을 배회하던 동철은 서서히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너의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숲에 내 입술이 닿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그 숨겨진 깊은 곳에 내가 닿기를 소망했다. 
이젠 물러서지 않아. 나리야. 비로소 내 여자가 되는 거야. 박나리.
수줍은 듯 허벅지를 꼬며 그의 입김에 당황하는 나리가 느껴졌다.
동철은 탐스러운 수풀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겹겹이 숨어 있는 꽃잎을 열었다. 부드럽게, 감미롭게, 때론 뜨겁게 정성을 다했다. 
나리가 알 수 있도록, 느낄 수 있도록,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인내하고, 참아내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기쁨을 주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프지 않도록 이 세상의 어느 여자보다 행복하게 절정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차례 커다란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경련하는 나리를 보며 동철은 서서히 나리와 하나가 되었다.
동철은 아득하게 빠져드는 아찔한 감각에 숨을 삼켰다. 나리는 아픔을 참아내며 입술을 깨물고 그를 받아냈다. 그런 나리가 대견스럽고 사랑스럽고 애잔했다. 동철은 울컥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아냈다. 하나가 되었다는 가슴 떨리는 감격이 그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그렇게 가슴으로 온몸으로 서로를 품었다.
어느새 곤한 잠에 빠져든 나리를 그의 품 안에 가둔 채로 동철도 단잠에 빠져들었다. 커튼 사이로 밝게 솟아오른 달이 둘을 은은하게 감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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