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삼켰다.
빼 버리기엔 너무 크고 날카로운 가시를…… 
가시때문에 상처가 썩어들어가도, 곯아서 문드러져도 내 심장은 아직 뛰고 있다.
차라리 박제가 되었으면, 차라리 멈추어 버렸으면, 차라리…… 

“무슨 말이야?”
날카롭게 날 선 남자의 목소리. 승현은 눈을 감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려고……. 
“무슨 말이냐고?”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며 남자는 잇새로 말을 뱉어 냈다. 천천히 눈을 뜬 승현은 남자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당신도 아팠으면 좋겠어. 난 이렇게 상처투성이인데 당신 혼자서만 아무렇지도 않게 살게 두고 싶지 않아. 단 한 번이라도 흔들어 놓고 싶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 때문에 당신의 견고한 성이 무너졌으면 좋겠어. . 
“임신……이래.” 
어깨를 쥔 남자의 손가락에 하얗게 힘이 들어갔다. 
“그따위 거짓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해?”
“5주째래. 확인하고 싶으면 확인해.” 
“입 다물어!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
어깨를 부스러뜨릴 것처럼 짓누르던 손이 방향을 틀어 가는 목을 거머쥐었다. 그녀를 침대로 찍어 누르는 남자의 눈은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당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이런 결말이라면 이것도 괜찮겠네. 난…… 난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니까. 
점점 숨이 차올랐다. 그의 얼굴이 보고 싶다. 그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런데 모든 게 뿌옇게만 보였다. 천장에서 빛나는 불빛도, 차가운 그의 입술도, 그리고 흐린 그의 눈동자까지도.
착각일 거야……. 당신 눈이 젖어 보이는 건, 아마, 아마, 착각일 거야……. 

끝났다. 
하지만 사랑, 그 웃기지도 않은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렇게 날 찾아왔다.
바로 네가 떠난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