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보다 더한 벌… 그것은 그대의 무심한 마음입니다.

용맹과 결단력, 그리고 지략까지 겸비한 하늘이 내린 천재(天才)라 불리는 무인, 휴. 그러나 차가운 심장을 가진 휴에게 생애처음으로 다가온 사랑은 너무도 지독한 것이었다. 웃음 한 번 보여 준 적 없고, 언제나 그의 손길을 무시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를 본 순간부터 설란은 다른 이의 여인이었다는 것이었으므로. 휴는 결심했다. 그녀의 나라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조를 건설하겠다고.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 가서 그녀를 차지하고 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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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복자입니다. 아비는 나라를 빼앗고, 나는 무엇을 빼앗을 것 같습니까.”

설란은 그 차가운 눈빛이 주는 섬뜩함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진정으로 공포가 어떤 것인지 피부로 깨닫고 있었다.

“누구였을 것 같습니까.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여인이, 이미 내 소유라 생각한 여인이, 과연 누구였을 것 같습니까.”

경악으로 팽창하던 설란의 새까만 동공이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돌아가려는 순간 휴는 손을 뻗어 설란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그대로 설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힘껏 겹쳤다. 어차피 낙인 같은 입맞춤이었기에 휴는 심장을 흔드는 그 따뜻한 살갗으로부터 미련 없이 입술을 떼어 냈다.

“이것이 그 대답입니다.”

휴는 위협하듯 중얼거리곤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굳어버린 설란의 두 눈동자가 드러났지만, 그녀는 분노를 떠올릴 여유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대였습니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이는.”

“그만 해요! 듣고 싶지 않아요!”

벌떡 일어나는 설란을 휴가 완력으로 붙잡아 눌렀다.

“언젠가는 이 입술뿐만 아니라 나머지도, 마음까지 제가 가질 것입니다.”

▶목차

서장

제1장~제7장

* 이 전자책은 2008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작야우〉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