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요. 주인님의 곁에서 살고 싶어요. 제가 원하는 것은 주인님에게 기쁨을 드리는 것이어요. 주인님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녀에게 단 한가지의 소원이 있다면 바로 그의 옆에 있는 것.

“잘 가거라, 아이야.”
“다음 생에선 네가 원하는 데로 살거라. 행복하게 살려무나, 아이야.”
그에게 단 한가지의 소원이 있다면 또다시 상실의 슬픔을 겪지 않는 것.

드디어 그 둘이 만났다.
전생의 기억 한 자락으로 그에게 다가간 란.
그리고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청우.


“넌 누구냐.”
“전……, 제 이름은 아이에요.”



<본문 중에서>


“청우 님, 꼬마와 꼬꼬마를 데려올 때는 정말 작았는데 지금은 벌써 배로 큰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있으면 다 클 거예요. 다 크면 이제는 늙어가겠죠. 늙으면 병이 들지도 몰라요. 병이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명이 다해서 죽을지도 몰라요. 지금 죽는다고 해도 슬플 거예요. 그때가면 정이 더 들어서 더 많이 슬프겠지요. 청우 님은 제가 죽는 것이 슬프세요?”
눈물을 머금고 있는 얼굴을 들어 질문하는 란은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청우는 란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어느새 란은 자신을 이해하고 있었다.
“제가 청우 님께 미래의 슬픔보다 더 큰 행복을 드릴 수 없어서 싫은 건가요?”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더욱 더 슬픈 것이란다, 아이야. 네가 내게 아주 소중한 존재인 것을 어찌 모른단 말이냐.”
슬픔 속에서 나오는 청우의 목소리가 란의 심장을 아련하게 울렸다. 란은 청우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어떠한 공간도 없이 밀착해서 꽉 붙었다.
“그래도 절 놓지 마셔요. 제가 잘못했어요. 청우 님이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게요. 많이 슬프지 않게 얌전히 있을게요. 곁에만 있게 해주세요. 덜 소중해지도록 노력할게요.”
“나의 세계로 가자꾸나, 아이야. 이제부턴 평생을 나와 함께 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