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행 편도에 탄 걸 환영한다. 건방진 꼬맹이.”
“……!”
“돌아오는 길도 내릴 역도 없는 편도야. 각오해. 넌 죽었어.”

까칠함과 시크함의 대명사 건방진 염라대왕 수현.
남자를 싫어하고 여자를 경멸하는 귀차니즘 지구인.

“칫. 뛰어 내리면 그만이지. 편도는 무슨.”

당차고 엉뚱한 사차원을 넘어 팔차원을 향해 달려가는 윤은.
안드로메다에서 지구별에 떨어진 별종 외계인.

그들의 살벌 발랄 알콩 달콩한 범우주적 블랙홀 같은 사랑이야기.


[본문 중에서]

“스톱. 내려 놔.”
“뭘요?”
“그거.”
“왜요?”
“넌 오늘 내 운전기사니까.”
“허걱.”
툭하고 들었던 술잔이 손에서 빠져 나갔다. 제정신이야? 회식이라며. 회식인데 술을 못 마신다니. 그게 말이 돼? 전화만 때리면 당장 달려올 대한민국의 건실한 대리맨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아 왜!
“내가 할게.”
수현의 옆자리에 앉은 기찬이 거들고 나섰다. 그에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시 엎어진 술잔에 술을 채우던 윤은의 귀에 재수 없는 수현의 한마디가 날아와 박혔다. 제길. 귀를 틀어막던지 해야지.
“형.”
“어, 알았어. 윤은아 오늘은 네가 수고 좀 해라.”
로봇처럼 삐걱이며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는 윤은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기찬이 직원들을 향해 술을 권했다. 무슨 남자가 그렇게 쉬워. 뭔 포기를 일초도 안 돼서 하고 그래. 이봐요. 형님. 그러지 맙시다. 고기는 참아도 술은 못 참는 거 아시잖아요. 허어. 나 죽네.
술을 앞에 두고도 술을 먹지 못하는 윤은은 자신의 울컥하는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 고기를 인정사정없이 난도질 했다. 그런 윤은을 향해 수현이 칭찬이랍시고 한마디 했다.
“전생에 망나니였나 봐. 칼솜씨가 예술이야.”
“칼춤도 예술인데 보여 드려요?”
“됐어.”
의미심장하게 눈을 빛내며 묻는 윤은의 말을 단칼에 자르며 수현이 술잔을 기울였다. 말 자르는 솜씨는 댁이 훨씬 낫구만 뭘. 난도질당해 구워진 고기를 젓가락으로 쿡 찔러 입에 넣다가 호들갑스럽게 뱉어냈다. 뜨거웠다. 혀를 쏙 내밀며 그나마 차가울 거라고 생각되는 무절임을 척 갖다 댔다.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수현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댁이 내 심정을 어떻게 알아. 울컥하고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삼키며 윤은은 혀에 붙은 무절임을 아작아작 씹어댔다. 술잔을 기울이던 수현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윤은을 향해 물었다.
“아참. 팬티는 갈아입었어?”
“예.”
“사각이라 시원할 거야. 특별히 통풍 잘 되는 걸로 산 거야.”
“아, 예.”
수현의 말에 건성으로 답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던 윤은이 뭔가를 느끼곤 젓가락질을 멈췄다. 스윽 눈을 굴리자 제게로 몰려든 시선이 느껴졌다. 제기랄. 뜨악한 표정의 철민이 물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트렸고, 종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소리로 역시라고 중얼거렸다. 쉐프의 난놈이란 말을 끝으로 윤은은 귀를 막았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이건 꿈이야. 꿈. 악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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